COS 브랜드, 패스트패션이 만든 미니멀의 정체 

로고가 없습니다. 매장은 갤러리처럼 조용하고 옷걸이 간격도 넓습니다. 가격은 명품보다 한참 아래인데, 걸려 있는 코트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COS를 조용한 럭셔리 계열로 분류하는 글이 많습니다. 르메르나 토테메 옆에 나란히 놓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브랜드의 소속은 그쪽이 아닙니다. H&M 그룹입니다.

패스트패션의 대명사가 만든 브랜드가 어떻게 미니멀의 기준처럼 읽히게 됐는지, 2007년부터 되짚어봤습니다. 실망할 이야기가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COS 조용한 럭셔리 미니멀 테일러링 수트 스타일링
정직한 재단
― MoodFrame Film의 모든 화보는 AI를 활용해 감성을 입히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

미니멀하면 다 조용한 럭셔리일까요

아닙니다. 미니멀은 디자인 방식이고 조용한 럭셔리는 소비 태도라, 겹치는 구간은 있어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미니멀은 형태에서 장식을 덜어내는 작업입니다. 로고를 빼고 절개선을 줄이고 색을 절제하죠. 조용한 럭셔리는 값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값은 지불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캐시미어 100퍼센트를 사되 아무 표시 없이 입는 것. 앞은 형태의 문제고 뒤는 가격의 문제입니다.

COS 브랜드가 흥미로운 건 앞쪽만 갖고 뒤쪽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무지 코트를 로고 없이 만들면 미니멀이 되지만, 그게 자동으로 럭셔리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사이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뜻입니다.

2007년 3월, 리젠트 스트리트와 로열 아카데미

COS는 2007년 3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1호점을 열며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Collection of Style의 약자고, 설립자는 칼 요한 페르손입니다. H&M 창업자 얼링 페르손의 손자죠.

주목할 건 데뷔 방식입니다. 첫 컬렉션을 패션위크가 아니라 로열 아카데미에서 캣워크 쇼로 선보였습니다. 왕립 미술 학술원이에요. 옷을 상품이 아니라 전시물 옆에 놓고 출발한 겁니다.

이 선택이 이후 방향을 정했습니다. COS 브랜드는 지금도 커뮤니케이션을 예술과 건축 쪽에 붙여 왔고, 매장을 여는 방식까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확장은 빠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스토어는 2011년에야 열었고 북미 1호점은 2014년입니다. 2022년 12월 기준 47개국 259개 매장 수준으로, 같은 그룹의 H&M이 4천 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에는 2014년 10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H&M이 이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던 사정

2000년대 중반 유럽 시장에서는 산드로, 마쥬, 필리파 케이 같은 중고가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빠르게 자리를 넓히고 있었습니다. 저가 SPA의 품질에 지친 소비자들이 한 단계 위를 찾기 시작한 시기였죠.

H&M은 이 시장에 들어가야 했는데, 자기 이름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이미 ‘싸고 빠른 옷’으로 각인된 브랜드가 가격을 두 배로 올려 프리미엄을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새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COS가 H&M과 연결되지 않게 운영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매장에 H&M 표기가 없고, 상당 기간 한국 소비자 다수는 두 브랜드의 관계를 몰랐습니다. 감추려던 게 아니라 애초에 별개 브랜드로 설계된 겁니다.

가격대는 H&M의 두 배 수준으로 잡혔습니다. 명품 아래, 일반 SPA 위. 지금 우리가 COS를 애매한 위치에서 인식하는 이유가 여기서 생겼습니다.

매장에 건축팀이 따로 있습니다

브랜드를 미니멀하게 보이게 만드는 데 옷보다 크게 작용한 게 공간입니다. COS는 인하우스 인테리어 팀을 두고 매장마다 주변 건물과 지역 특성을 반영해 설계합니다.

패션비즈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매장은 공사 중 지하에서 17세기 유적이 나오자 그것을 그대로 살려 매장에 넣었고, 로마에서는 외관을 손대지 않고 건물의 시간을 보존했습니다. 새 매장을 열 때 기존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것을 1순위로 둔다는 원칙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SPA 브랜드의 표준은 반대입니다. 어느 도시에 가도 같은 조명, 같은 집기, 같은 동선. 통일감이 곧 효율이니까요. COS는 그 효율을 포기했습니다. 매주 신상품이 들어오고 VMD가 바뀌는 SPA의 운영 방식은 그대로 쓰면서, 공간만 슬로 패션 쪽으로 옮긴 셈입니다.

그래서 뭘 고르면 되나요

브랜드 이야기를 옷장으로 옮기면 기준이 하나 나옵니다. COS 브랜드에서 값을 하는 건 구조가 들어간 옷이고, 값을 못 하는 건 얇은 이너류입니다.

구조가 들어간 옷은 코트, 재킷, 볼륨이 있는 스커트처럼 패턴으로 형태를 만든 제품입니다. 여기가 이 브랜드의 설계 역량이 드러나는 지점이고, 같은 가격대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습니다. 어깨선과 소매 각도를 만지는 데 들어간 공이 눈에 보입니다.

반대로 티셔츠나 얇은 니트는 굳이 여기서 살 이유가 적습니다. 원단 등급이 가격을 따라오지 못하는 구간이고, 세탁 몇 번에 형태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모회사의 원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COS 조용한 럭셔리 캐시미어 니트 소재 디테일
소재로 말하기

세일 주기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이 브랜드는 연 4회 세일을 두는데 3월 말과 9월 말이 간절기 세일, 6월 말과 12월 말이 시즌오프입니다. 뒤쪽 두 번이 물량과 기간 모두 큽니다. 구조가 들어간 코트나 재킷을 노린다면 12월 말이 폭이 가장 넓습니다.

로고 없는 가방이나 소품을 함께 보신다면 로고리스 미니멀 가방 쪽에서 판단 기준을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사지 않아도 같은 인상은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가 없는 쪽을 고르고, 색을 뉴트럴로 좁히고, 디테일 대신 소재의 밀도와 마감을 보는 것. 이 세 가지가 이 브랜드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기준을 가져오면 됩니다.

COS 조용한 럭셔리 무드 데일리 적용 스타일링
옷장에서 시작

조용한 럭셔리를 가장 잘 만든 건 럭셔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브랜드를 두고 ‘가짜 명품’이라고 부르는 시선이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봅니다. 조용한 럭셔리라는 감각을 대중이 실제로 경험하게 만든 건 럭셔리 하우스가 아니라, 옷을 가장 빨리 많이 팔아온 회사였습니다.

로고를 지우고 형태만 남기는 방식이 어떤 인상을 만드는지, 이 브랜드는 자기 모회사를 상대로 증명한 셈입니다. 사람들이 COS 브랜드를 명품 옆에 놓는 건 착각이 아니라, 그 설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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