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놀라코어란? 고프코어와 다른 3가지 지점

주말에 등산복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이제 별로 없으실 겁니다. 플리스 조끼에 카고 팬츠 정도는 요즘 도심에서 꽤 자연스럽게 보이니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 옷은 산에서만 입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옷들이 일상으로 내려왔고, 심지어 세련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흐름에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래놀라코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고프코어와는 뭐가 다른 걸까요?

그래놀라코어 트렌드 - 도심 속에서 자연의 여유를 담아내는 룩북 화보
일상으로 내려온
― MoodFrame Film의 모든 화보는 AI를 활용해 감성을 입히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

그래놀라코어란 무엇인가

이름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곡물과 견과류를 뜻하는 ‘그래놀라’와 핵심 스타일을 뜻하는 ‘코어’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아침 식사로 그래놀라를 먹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시면 감이 잡힙니다.

전통적인 아웃도어 웨어의 실용성에 1970년대 히피 문화의 빈티지 감성, 그리고 자연을 지향하는 소박한 무드가 섞인 형태입니다. 옷 자체보다 그 옷이 상징하는 생활 방식에 가까운 개념이죠.

고프코어와 무엇이 다른가

둘 다 아웃도어에서 왔으니 헷갈리는 게 당연합니다. 실제로 매장에서 나란히 놓고 보면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차이는 소재에서 갈립니다. 고프코어가 기능성 테크웨어와 스포티한 윈드브레이커 중심이었다면, 그래놀라코어는 플리스와 헤비 울, 코듀로이, 스웨이드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천연 소재를 씁니다.

결과적으로 인상도 달라집니다. 고프코어가 차갑고 기능적이라면, 그래놀라코어는 투박하지만 인간적입니다. 방수 재킷과 낡은 플리스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트렌드는 대개 반작용으로 생깁니다. 무언가에 지쳤을 때 정반대 방향으로 튀어 오르죠.

그래놀라코어가 자리 잡은 배경에는 디지털 피로가 있습니다.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연과 가까운 것들에 끌리게 되니까요. 캠핑이나 등산 인구가 늘어난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브랜드 전략도 겹칩니다. 일회성 소비를 지양하고 오래 입는 옷을 강조하는 조용한 럭셔리 기조와 만나면서, 아웃도어 아카이브가 다시 조명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놀라코어 플리스 소재 디테일
플리스 질감
그래놀라코어 어스톤 뉴트럴 컬러 레이어드
대지의 색

어디서 시작됐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미국 서부가 나옵니다. 캘리포니아와 요세미티 일대의 등산가와 캠퍼들이 입던 옷들이죠.

파타고니아 같은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수십 년간 같은 방향을 지켜온 것도 이 흐름의 자산이 됐습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버틴 브랜드들이 결과적으로 트렌드의 원본이 된 셈입니다.

최근 확산은 SNS를 통해서입니다. 틱톡과 핀터레스트에서 빈티지 레이어드 콘텐츠가 퍼지면서 젊은 세대에게 빠르게 전달됐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들

이 무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오래된 아웃도어 브랜드들입니다. 파타고니아, LL빈처럼 기능성으로 출발해 수십 년을 버틴 브랜드들이죠.

공통점이 있습니다. 로고를 크게 내세우지 않고, 기능적인 절개선과 소재의 질감으로 승부한다는 점입니다. 화려하지 않은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무인양품처럼 미니멀한 브랜드의 아웃도어 라인이 비슷한 결로 소화됩니다.

그래놀라코어 빈티지 아웃도어 스트리트 착장
빈티지 아웃도어
그래놀라코어 도심 카페 캐주얼 스타일링
도심의 여유

한국 도심에서는 이렇게 소화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아웃도어 옷을 그대로 입으면 등산객처럼 보이거든요. 특히 국내는 실제로 등산 인구가 많아서 그 인상이 더 강합니다.

해법은 섞는 것입니다. 아웃도어 아이템 하나만 넣고 나머지는 도시적으로 가는 방식이죠.

출근길이라면

울 재킷이나 미니멀한 롱코트 안에 가벼운 플리스 베스트나 체크 셔츠를 넣으세요. 하의는 센터크리즈 슬랙스로 정돈하시면 비즈니스 캐주얼 선을 넘지 않습니다. 겉옷이 격식을 잡아주니 안쪽은 편하게 가셔도 됩니다.

그래놀라코어 오피스 플리스 베스트 믹스매치
섞어 입기

캐주얼하게 가신다면

여유 있는 카고 팬츠나 코듀로이 팬츠에 스누드나 캔버스 백팩을 더하세요. 색은 올리브 그린, 오트밀, 카키처럼 차분한 어스 톤으로 통일하시면 정리됩니다.

그래놀라코어 어스톤 카고 팬츠 캐주얼
어스톤 하의
그래놀라코어 빈티지 백팩 액세서리
빈티지 소품

나이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세요

같은 그래놀라코어라도 어느 정도까지 갈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아웃도어 요소가 많을수록 캐주얼해지니, 그 비중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20대라면

아이템을 여러 개 겹치셔도 좋습니다. 플리스에 카고 팬츠, 캔버스 백팩까지 가도 자연스럽게 소화됩니다.

30~40대라면

하나만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돈된 옷차림에 플리스 베스트 하나, 혹은 코듀로이 팬츠 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무드가 납니다.

50대 이상이라면

소재로만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형태는 평소대로 가시고, 스웨이드나 코듀로이처럼 질감 있는 소재를 고르시면 자연스럽게 이 흐름 안에 들어옵니다.

핀터레스트 저장 포인트

이 무드를 검색하거나 저장하실 때 기준이 되는 요소들입니다. 옷을 고르실 때도 이 세 가지만 맞추시면 됩니다.

컬러

올리브 그린, 오트밀, 카키, 테라코타, 브라운

소재

플리스, 코듀로이, 헤비 울, 스웨이드, 캔버스

실루엣

여유로운 오버사이즈, 겹쳐 입어 생기는 볼륨

그래놀라코어 어스톤 오버사이즈 실루엣 룩
포근한 실루엣

이 흐름, 얼마나 갈까

트렌드의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몇 가지 단서는 있습니다.

먼저 그래놀라코어의 아이템들은 대부분 원래 오래 입도록 만들어진 옷입니다. 플리스나 코듀로이는 유행이 지나도 버리기 애매한 소재죠. 이런 옷들은 옷장에 남아 있는 기간이 깁니다.

또 하나는 진입 비용입니다. 새로 사지 않아도 이미 갖고 계신 옷으로 시도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 유행이 식어도 급격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아웃도어 감성이 계속 강해지긴 어려울 겁니다. 지금도 이미 도시적으로 순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앞으로는 소재만 남고 형태는 더 단정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옷장에서 시작됩니다

트렌드를 소개하는 글은 대개 무엇을 사야 하는지로 끝납니다. 하지만 그래놀라코어는 사기 전에 확인할 게 있습니다. 옷장에 이미 플리스나 코듀로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등산복 차림으로 카페에 앉은 사람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면, 그건 우리가 옷을 대하는 기준이 조금 느슨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번 주말엔 안 입던 플리스를 슬랙스 위에 걸쳐보세요. 생각보다 잘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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